장미란 사건 이후 ‘제주 여행 무섭다’…제주는 정말 위험할까? 제주 치안 팩트체크

제주에서 발생한 장미란 씨 실종 사건을 계기로 제주 치안을 둘러싼 불안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실종 신고를 담당했던 경찰관이 장 씨와 실제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연락이 닿은 것처럼 허위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장 씨는 실종 104일 만인 지난 8월 24일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후 온라인과 SNS에서는 단순히 경찰 대응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제주는 치안이 좋지 않다”
“제주 여행 가기가 무섭다”
“제주는 범죄율 전국 1위다”
라는 이야기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제주도는 다른 지역보다 위험한 곳일까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와 제주 전체의 치안 문제는 조금 나눠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미란 사건, 경찰 대응 문제는 분명하다
먼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대응 문제를 가볍게 볼 수는 없습니다.
장미란 씨 실종 신고를 담당했던 경찰관은 장 씨와 연락이 닿은 것처럼 허위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사건 당시와 현재의 제주서부경찰서장,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지휘라인 4명을 대기발령했고 관련 감찰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주경찰청장 역시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장미란 씨 사건뿐 아니라 제주에서 발생한 모든 실종 사건을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은 단순한 ‘제주의 이미지 문제’가 아니라 실제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 재발 방지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제주는 범죄율 전국 1위’라는 말은?
최근 제주 치안 논란과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숫자가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24년 제주지역의 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는 4,540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제주라는 지역의 특성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범죄율 통계의 분모는 주민등록상 상주인구입니다. 제주의 주민등록인구는 약 66만 명이지만 제주에는 매년 엄청난 숫자의 관광객과 단기 체류자가 들어옵니다.
제주도에 따르면 관광객의 체류 일수 등을 반영한 제주 생활인구는 약 82만 명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생활인구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제주 범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즉, ‘제주 범죄율 전국 1위’라는 통계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민등록인구만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통계 특성상 관광객이 많은 제주에서는 실제 사람들이 체감하는 위험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숫자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주도지사 “제주는 안전하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도 8월 2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커지고 있는 제주 치안 불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습니다.
위 지사는 범죄가 없는 것은 아니고 제주가 넓다 보니 안전하지 않은 공간도 존재하지만 “제가 볼 때 제주는 안전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다만 이번 장미란 씨 사건이 발생한 장소처럼 어두운 농장길이나 인적이 드문 지역 등 안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실제로 제주에는 도시지역과 달리 중산간 도로, 농로, 해안도로, 올레길처럼 밤이 되면 사람의 통행이 거의 없고 가로등이나 CCTV가 부족한 장소들이 적지 않습니다.
결국 ‘제주 전체가 위험하다’와 ‘제주에도 치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주에서 10년 살아본 사람으로서 느끼는 치안
여기서부터는 통계나 뉴스가 아니라 제주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조금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제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후 서울에서 생활하다 결혼을 하면서 다시 제주로 내려왔고, 어느덧 다시 제주에서 생활한 지도 약 10년이 됐습니다.
지금은 8살 아들을 키우며 가족과 함께 제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지난 10년 동안 제주에서 생활하면서 개인적으로 “제주는 치안이 좋지 않다”거나 “이곳에서 가족과 살기 위험하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밤에 가족과 외출하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제주가 다른 지역보다 특별히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주에서 살아온 한 주민의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제가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해서 제주에서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며,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부실한 대응이나 치안 사각지대를 가볍게 봐도 된다는 뜻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최근 한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에서 제주 전체가 마치 여행하기 위험한 곳, 치안이 매우 불안한 지역처럼 이야기되는 모습을 보면서 실제 제주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으로서는 다소 큰 괴리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잘못된 것은 정확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 사건의 문제를 제주라는 지역 전체의 이미지로 확대하는 것 역시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주도, CCTV 1만9,734대 안전망 강화한다
이번 사건 이후 제주도 역시 안전대책 강화에 나섰습니다.
현재 제주 CCTV 통합관제센터는 도내 1만9,734대의 CCTV를 연계해 24시간 관제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올레길과 해안가 등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CCTV를 추가 확대하고, 이상 움직임이나 위험 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는 지능형 관제 적용 비율도 현재 58%에서 75%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중요하게 지적된 것이 CCTV 영상 보존기간입니다. 현재 30일인 영상 보존기간을 60일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경찰·소방·해경·행정기관 등이 함께 움직이는 ‘실종·위기사건 대응협의체’를 구성하고 신고부터 수색·구조, 정보공개, 가족지원까지 기관별 역할을 담은 통합매뉴얼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올레길과 해안가 등 취약지역의 순찰도 강화됩니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일회성 논란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주 안전 시스템을 개선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이유입니다.

제주 여행, 정말 위험한 걸까?
제주라고 해서 범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에서도 범죄가 발생하고 부산에서도,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사건은 발생합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사건 하나만으로 그 지역 전체의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특히 제주처럼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지역은 주민등록인구만으로 계산된 범죄율과 실제 체류인구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관광객 역시 제주가 관광지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장소가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밤늦은 시간 인적이 드문 중산간이나 농로, 해안가, 외진 올레길을 혼자 이동하는 것은 어느 지역에서든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은 철저히 조사하되, 제주 전체를 ‘위험한 섬’으로 만들지는 말아야
장미란 씨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허위 종결 문제는 분명 심각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종사건 대응 시스템 역시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제주는 위험한 곳이다”라는 결론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주에는 분명 개선해야 할 치안 사각지대가 있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촘촘한 안전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와 자극적인 정보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제주 전체가 위험한 곳처럼 인식되는 것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주민이기에 이번 사건을 남의 일처럼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부족했던 부분은 제대로 고치고, 도민은 물론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도 지금보다 더 안심할 수 있는 제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건은 철저하게 밝히고, 잘못된 시스템은 고쳐야 합니다.
하지만 공포가 사실보다 앞서가서도 안 됩니다.
이번 제주 치안 논란을 바라보면서 제주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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